지난 30일 오전 충북 보은군 탄부면사무소에 한 노인이 찾아와 한정수 부면장에게 두툼한 봉투 하나를 건넸다. 봉투를 열어본 한 부면장은 그 안에 500만원이 들어 있는 걸 보고 놀랐다.
노인은 "추석도 다가오는데 어려운 이웃이 따뜻한 밥 한 끼 먹을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한 뒤 등을 돌렸다. 노인은 한 시간 남짓 뒤 다시 나타나 또 하나의 봉투를 건넸다. 봉투 안에는 농협 쌀 20㎏ 143포대 교환권이 들어 있었다. 노인은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한 노인네의 정성이니 좋은 데 써 달라"는 말을 남기고 면사무소를 빠져나갔다.
면사무소는 수소문 끝에 이 노인이 탄부면 장안리 김아무개(80)씨라는 것을 알아냈다. 김씨의 조용한 기부는 57년을 함께 살다 2008년 뇌출혈로 숨진 동갑내기 부인 고 박기임씨와의 약속에 따른 것이었다.
그는 "그 사람과 생전에 80살 되는 해에 꼭 남에게 좋은 일 한가지 하자는 약속을 했었다"며 "지난 29일 팔순이 된 뒤 그 약속을 지키려고 면사무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그는 남다른 부부금실로 이웃의 부러움을 사왔다. 부인과 사별한 뒤 농사를 접은 그는 용돈과 팔순잔치 비용 등을 아껴 부인과 한 약속 비용을 마련했다.
그는 "함께 손잡고 좋은 일을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혼자여서 조금 아쉽다"며 "그래도 그 사람 곁에 가면 면목은 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한테 보이려는 게 아니라 둘만의 약속을 지킨 것일 뿐"이라며 끝내 사진촬영을 사양했다.
탄부면은 10일 이장회의를 열어 김씨가 기부한 쌀을 형편이 어려운 이웃주민들에게 나눠줄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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