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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데이가 뭐요… 돼지 다죽었는데”

무어. 2011. 3. 3. 22:19

구제역 살처분 양돈농가 '울상'… 돼지고기 소비촉진 취지 퇴색

[세계일보]

"우리 집 돼지가 다 죽었는데, 한숨만 나오지 뭐···."

'삼겹살 데이'인 3일 전국의 양돈 농가는 침울했다. 올해로 9년째인 삼겹살 데이는 예년 같으면 양돈 농가나 소비자들한테 '배부른' 날이었다. 농민들은 잘 키운 돼지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소비자들은 싼 값에 삼겹살을 먹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구제역 직격탄을 맞은 올해는 다르다. 도축장으로 가야 할 돼지들이 죄다 땅속에 묻혔고, 삼겹살 값도 올라 '금겹살'이 된 탓이다.

경기도 이천에서 축산업을 하는 안장현(55)씨는 이날 풀이 죽어있었다. 예년 이맘때엔 양돈협회 차원에서 산하 지부별로 직접 기른 돼지를 잡아 삼겹살 시식회를 여는 등 각종 홍보 행사를 하느라 바빴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 1월 자식처럼 돌보던 돼지 1600마리를 매몰했다는 그는 "기념일이면 뭐하나. 팔 돼지가 한마리도 없는데"라며 씁쓸해했다.

삼겹살데이는 2003년 당시 구제역 파동으로 위기에 처한 축산양돈농가를 위해 파주연천축협이 아이디어를 내 2003년 3월3일 생긴 이후 국내 돼지 소비를 촉진하는 기념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탄생 배경이 됐던 구제역에 '폭격'을 맞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국산 돼지고기 소비홍보단체인 양돈자조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올해는 특별한 행사를 못한다. 공급이 많이 모자란 데다 가격이 크게 올라 행사를 준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름에 잠긴 축산농가와 달리 대형 유통업체들은 수입육까지 대량 선보이는 등 반짝 특수를 누렸다. 유통업계는 이날 '삼겹살데이 특가 안내'란 문자메시지를 고객들에게 발송하는 등 삼겹살데이를 적극 홍보하며 짭짤한 재미를 봤다.

이유진·조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