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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간식·나들이 줄여도…매달 지출은 늘었다

무어. 2011. 3. 6. 22:08

[한겨레] 30대 맞벌이 가계부 뜯어보니


통신비·교통비·보험료·관리비 껑충껑충


교육비도 대책없어 상승부담 고스란히


대출상환 230만원…금리오를까 시름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사는 김선영(가명·37)씨는 올해 결혼한 지 9년째인 기혼여성이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딸(8)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둘째딸(5), 그리고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을 둔 전형적인 '강남형' 맞벌이 주부다. 그러나 월수입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김씨 가족도 지난해 연말부터 본격화한 '장바구니 물가 폭등'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김씨 가족은 올해부터 식탁의 반찬을 조촐하게 하고 외식이나 아이들 간식 사는 데 들어가는 돈도 줄였다. 물가 폭등의 영향을 김씨가 1년 동안 써온 가계부를 통해 지켜봤다.

주로 주말에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대형마트에서 먹을거리를 사는 김씨는 지난해에는 거의 1주일에 한번꼴로 대형마트를 찾았다. 미처 사지 못한 두부나 달걀 등은 필요할 때마다 집 바로 옆에 있는 슈퍼마켓을 이용한다. 한달에 한번은 아이들 간식거리나 생활용품을 한데 모아 10만원어치씩 구입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선 장 보는 횟수는 비슷하지만, 지난해에 대형마트를 찾을 때마다 한번에 3만원어치 이상 꼬박꼬박 사던 반찬거리를 2만원 안팎에서 해결한다. 간식이나 다른 생필품도 꼭 필요한 것만 5만원 이내에서 구입한다. 김씨는 "매번 사야 하는 반찬거리나 우유·고기류보다는 아이들 간식용으로 사던 과자·간식용 재료 등을 먼저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생필품 구입비를 줄이는 데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를 둔 맞벌이 부부의 특성상 주말마다 하던 외출·외식과 관련한 지출도 줄어들었다. 보름에 한번씩 다니던 공원 나들이나 어린이 뮤지컬 관람 등으로 쓰던 문화생활비도 줄였다. 지난해는 한달에 9만~20만원까지 들였던 외식비가 올해 들어서는 월평균 3만8000원에 불과하다. 김씨는 "지난해에는 봄·가을에 짧은 가족여행까지 갈 여유가 있었는데, 올해에는 그럴 만한 여유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씨가 허리띠를 졸라매며 절약을 하는데도, 실제 가계부의 지출 총액은 오히려 더 늘었다. 두 아이의 교육비 부담이 꾸준히 커지는데다 통신비나 교통비, 보험료, 아파트 관리비 등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생활비가 계속 오르기 때문이다. 김씨는 "두 아이의 어린이집·유치원 교육비만 100만원 안팎이 드는데 지난해부터 분기마다 몇만원씩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다른 학원비 부담까지 생긴다면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씨는 유일한 사교육으로 작은아이한테 시켰던 백화점 문화센터 발레학교를 지난해 연말 그만뒀다.

남편의 월급까지 합쳐 월소득이 800여만원인 김씨 가족한테는 가계부 지출 항목에 적지 않는 또다른 큰 가계부담이 있다. 바로 대출 원리금 상환이다. 집값 불안 때문에 지난해 9월 은행에서 3억원을 빌려 전세를 안고 집을 장만했는데, 대출 원리금 상환에 다달이 230만원씩 들어간다. 만약 금리가 지금 수준보다 2%포인트가량만 더 오르게 되면 집 대출 원리금 상환에 들어가는 비용이 한달 생활비와 맞먹을 판이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