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이선필 기자]"오늘부터 채플 거부 기간이 시작됩니다. 이화인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시간이 채플 시간입니다. 채플 거부는 우리들의 요구안 실현을 위한 일입니다. 함께 동참하시기 바랍니다."(류이슬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4일 오전 10시께, 이화여대 대강당 앞 계단에서 채플 수업 진행을 반대하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수업 거부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지난달 31일 5년 만에 학생총회를 성사시켰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새내기 등록금 인상 철회', '장학금 확충', '자치 공간 확대', '수업권 문제 해결', '학점 적립제 도입'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의 생활임금보장' 등 학생들의 6대 요구안을 놓고 학교 측과 협상을 벌였고, 학교 측은 "들어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중 청소노동자 문제가 지난달 25일 타결되면서 사실상 학생들의 5대 요구안이 된 상황이다.
학생들은 이날 총회를 통해 요구안 관철을 위해 채플 거부 운동을 공식 의결했다. 총회 참석 인원은 정족수인 1557명을 훨씬 뛰어넘는 2001명, 채플 거부 운동을 찬성한 학생 수는 1300여 명이었다. 그리고 이날 채플 수업 거부를 공식 선언했다.
채플 거부 선포대회는 대강당에서 열리는 채플 수업 시간과 동일한 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약 30여 분간 진행됐다. 류이슬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이 시간에 이화인들이 단결해 우리의 요구안을 관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 약 350여 명 가량 모여
"어야디야 채플거부 성공!" "이화를 바꾸는 채플거부, 채플거부 예에!" 학생들은 저마다 노란색 풍선을 흔들고 준비한 구호들을 외치며 행사를 즐기는 분위기였다. 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하나 둘 자리를 잡던 이들은 선포대회가 한창 진행되던 오전 10시 15분 경엔 계단을 거의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학생회 측은 이날 약 350여 명 가량이 모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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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대 신입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학생은 자유발언 시간에 "기사에서 이대 등록금 동결이라고 나와 그런 줄만 알았는데 새내기만 2.5% 올랐더라"며 분노를 나타냈다. 또 다른 신입생은 "학교 입학한 지 한 달 밖에 안 됐는데 학교에 저항하고 있는 현실이 참 슬프다"면서 "내일은 더 많이 모였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채플 거부 운동이 진행되는 동안 대강당으로 수업을 듣기 위해 올라가는 학생들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채플 수업 시작 직전 만난 학 학생은 대강당 앞을 서성이며 어쩔 줄 몰라하는 기색이었다. 그는 "심정적으론 채플 거부 운동을 지지하고 단체로 뜻을 보일 필요가 있다"면서도 '강당문이 곧 닫힌다'는 교직원 안내에 "어떡해"라고 외치며 강당 안으로 들어갔다. 오전 10시 5분께 대강당 문은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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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채플수업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10시 30분, 11시 30분부터 12시로 하루 2회 진행된다. 요일별로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과들이 구분돼 있다. 4일 오전은 문과대, 조형예술대, 사범대, 건강과학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채플수업이 진행됐다. 이화여대는 채플수업을 훈련학점으로 규정, 학부생들은 채플 수업을 8학기 동안 수강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건강과학대 신입생인 김민지씨는 "새내기뿐만 아니라 대학원생들의 등록금도 오른 걸로 알고 있다"며 "채플 거부는 등록금 인상 거부를 위한 수단임을 알고 있고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오전 10시 28분께 다시 대강당 문이 열렸고 강당 앞은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한편 수업을 듣고 왔다고 밝힌 한 학생은 "이름이 채플이라 그렇지 수업을 통해 어려운 이웃들을 도와주는 등 좋은 취지의 행사로 볼 수도 있다"며 "영상, 무용, 성가 공연 등의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만큼 학생들이 열린 마음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수업 지지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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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채플수업 거부운동은 8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이번 주 수요일 오후 5시엔 학생간부와 학생처 사이에 '복지요구안 간담회'가 열린다"고 밝힌 총학생회장은 "(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고 충분히 큰 흐름이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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