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한나라당 의원 21명과 민주당 의원 31명은 '몸싸움 방지 모임'을 만들었다.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벌어진 몸싸움에 대해 국민적 비난이 쏟아지던 때였다. 이들은 지난 3월 초 '몸싸움 방지 방안'이라는 것을 만들어 여야 원내대표들에게 입법화를 요구했다.
13일 민주당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진표 의원과, 일주일 전인 6일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된 황우여 의원 모두 이 모임 소속이다. 몸싸움을 제도적으로 막아보자고 행동에 나섰던 사람들이 원내 1·2당의 원내대표가 됐다.
↑ [조선일보]한나라당 황우여(오른쪽) 원내대표가 13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민생의 현장을 다니며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고 말하고 있다. 황 원내대표의 왼쪽 옆은 그와 함께 선출된 이주영 정책위의장이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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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13일 "국회 몸싸움 방지법안은 꼭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 입법화까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그러나 한·미 FTA 비준안 등 격돌이 예고되는 일들이 많은 데다, 몸싸움 방지방안의 실효성에 대한 입장도 달라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첫 시험무대는 한·미 FTA
몸싸움 추방 여부의 첫 시험무대는 한·미 FTA 비준안 처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FTA 비준안은 현재 정부가 원안을 철회한 뒤 6월에 다시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재재협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조속한 처리는 어려워 보인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정기국회가 여야 격돌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재재협상 요구에 대해 '불가' 입장이다. 민주당은 재재협상 없이는 비준도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황 대표는 민주당이 물리적으로 막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강행처리 같은 부정적인 말을 먼저 꺼내지는 말자"고만 말했다. 민주당 김 대표도 한나라당이 재재협상에 반대할 경우 "비준안 처리를 몸으로 막진 않겠지만, 황 원내대표도 몸싸움 안 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강행처리는 못 할 것"이라고 했다.
결국 몸싸움 방지법안이 이때까지 처리되지 못하면 몸싸움이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서로 너부터 하라'
몸싸움 방지모임이 3월에 만든 합의안은 5개항이었다. 여당의 단독처리, 야당의 표결방해 행위를 막아 폭력을 없애자는 데 초점을 맞췄다.
먼저 국회의장이 본회의에서 직권상정할 때 필요한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사실상 직권상정 폐지에 가깝다. 야당이 표결을 합법적으로 지연시킬 수 있도록 장시간 연설로 의사진행을 막는 필리버스터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대신 재적의원 5분의 3이 찬성하면 필리버스터를 강제로 중단시킬 수 있다.
여야 간 이견이 큰 쟁점법안에 대해선 상임위에 여야 동수의 조정위원회를 구성, 집중 심의토록 했다. 위원들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조정안은 처리된다. 여야 합의가 없으면 법안 처리가 사실상 힘들어지는 것이다.
반면 야당이 법안 심의나 처리를 무조건 막는 것을 피하기 위해 법안 자동상정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의안이 상임위에 회부된 후 30일이 지나면 야당이 반대해도 자동으로 상정되도록 한 것이다.
한나라당 황 대표는 전화통화에서 "정기국회 이전인 6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하려 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의지가 강하지 않다. 민주당 김 대표는 "법안은 꼭 필요하다"면서도 "올 한 해를 내다보면서 하겠다"고 했다. 그는 "당론화 과정이 필요하고, (합의 내용 중) 근본적인 원칙에 문제가 몇 개 있어 짚어봐야 한다"고 했다. 서로 '너부터 먼저 하라'는 얘기다.
◆최종타결까진 산 넘어 산
몸싸움 방지 합의안은 양당의 김무성 · 박지원 두 전 원내대표 시절엔 진전을 보지 못했다. 양당 모두 내부 반대가 컸기 때문이다. 가장 큰 쟁점은 필리버스터 종결 기준과 법안 자동상정 요건이다. 한나라당 내에는 필리버스터 종결을 위한 허들을 낮춰야 한다는 반론이 많고 민주당 내에는 더 높여야 한다는 반론이 많다.
한나라당은 또 야당이 물리력을 동원해 국회의장석을 점거하거나 표결을 막을 경우 징계·처벌하고, 폭력행위에 대해 가중처벌토록 하는 법안도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에 대해 "모임에서 합의한 사항도 아니고, 정치행위를 처벌하는 건 안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게다가 법안 자동상정제는 정부·여당의 일방처리를 위한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양쪽 모두 겉으론 "몸싸움 방지라는 총론에는 찬성한다"고 하면서도, 몸싸움 방지안의 각론(各論)에서는 '서로 상대편의 양보'를 요구하면서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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