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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만에 덜컥 합격 … 도로서 운전해도 되나 불안”

무어. 2011. 6. 11. 17:00

기능시험 항목이 대폭 줄어든 운전면허시험이 10일 처음 시행됐다. 서울 상암동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 응시자들이 기능시험을 치르고 있다. 아스팔트를 덧씌워 까맣게 보이는 부분이 새 주행 코스다. [연합뉴스]

"기능 시험 통과하는 데 5분도 안 걸렸어요. 정말 쉽네요."

10일 오전 10시, 서울 상암동 서부운전면허시험장. 지난해 2월 음주운전으로 1년간 면허가 취소됐던 황모(52)씨가 장내기능시험을 통과하고 연습면허증을 들어 보였다.

이날은 기능시험 항목이 대폭 줄어드는 등 운전면허시험이 간소화된 첫날이었다. 15년 동안 운전대를 잡았던 황씨는 석 달 전 다시 치른 기능시험에서 떨어졌다. 운전 실력은 베테랑이지만 실수로 차선을 밟으면서 불합격 처리됐다. 황씨는 기능시험이 기존의 700m 코스, 11개 항목에서 50m 코스, 2개 항목으로 축소되는 이날을 기다렸다고 했다.

하지만 대학생 조은혜(24)씨는 "첫 시험에 덜컥 합격은 했지만, 합격 이후가 더 걱정"이라며 "이 실력으로 바로 도로에 나가긴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이날 기능시험장에는 '불합격'보다 '합격'했다는 기계음이 더 많이 울렸다. 경찰은 전국 26개 운전면허시험장의 1월 1일부터 6월 9일까지 합격률과 간소화 이후인 10일 합격률을 비교하면 1종은 45.9%에서 95.3%로, 2종은 51.5%에서 90%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엄재환 시험관은 "안내방송을 차분하게 듣고 따라 하기만 하면 돼 응시자들이 반기는 분위기"라며 "안전벨트 미착용자,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우고 가속페달을 밟은 사람 정도만 떨어졌다"고 했다. 1종 보통시험을 본 김영주(43)씨는 "이렇게 간단하면 도로주행과 기능시험을 하나로 합해도 되겠다"고 전했다.

 신규 면허취득을 원하는 사람들이 다니는 운전 전문학원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자체 검정시험을 볼 수 있는 전문학원의 의무교육 시간이 25시간에서 8시간으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장내기능은 2시간이고 도로주행은 6시간이다. 하루 최대 4시간까지 연습할 수 있어 짧게는 3일이면 끝난다.

이렇게 연습시간이 짧아지면 교통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전문학원 관계자는 "합격하면 바로 도로주행인데 강사들도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헷갈려 하는 수강생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기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이날 학원 등록을 하러 온 김찬수(29·회사원)씨는 "80만원대에서 40만원대로 수강료가 줄고, 일주일만 투자하면 모든 시험을 볼 수 있는 것은 장점이지만 8시간 연습해서 제대로 운전을 배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씨는 지인들에게 부탁해 개인 교습을 받을 예정이다. 주부 박영숙(37)씨는 간소화되기 2주 전에 일부러 학원에 등록했다.

박씨는 "운전에 자신이 없어 25시간 교육을 받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월 "도로주행과 기능시험의 중복된 내용을 최소화하고 교육시간을 응시자 판단에 맡김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 내용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