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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팠기에 남 아픔도 알지요" 딸과 투병 생활한 40代, 신장 기증

무어. 2011. 7. 16. 08:12

"넉넉한 형편도 아니고, 행복하게 살아온 사람도 아닌 제가 누군가에게 새 생명을 선물할 수 있게 돼 행복합니다."

오랜 투병 생활을 했던 40대 여성이 생면부지의 남에게 신장을 기증했다. 15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김미정 (47)씨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생면부지의 만성신부전 환자인 정모(34)씨를 위해 신장 기증 수술을 마쳤다.

홀로 아들과 딸을 키우며 힘겹게 살아오던 김씨는 지난 1994년 자궁유착증으로 자궁 적출 수술을 받았다. 설상가상 딸마저 척추 결핵에 걸려 아픈 몸으로 딸까지 간호해야 했던 김씨는 "주위를 둘러보니 병원엔 저희 모녀보다 더 어려운 환자들이 많았다"며 "건강을 회복하면 꼭 나누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1996년 사후 장기기증을 서약했다. 만성신부전 환자들을 위해 매달 꾸준히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후원금을 내왔다.

김씨는 건강을 회복하자마자 치매환자 등을 위해 매주 목욕 봉사 등을 해왔다. 그러나 3년 전 갑자기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 세 번이나 자살시도를 했다. 매번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김씨는 죽음 대신 누군가를 살리는 일에 시간과 정성을 투자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김씨뿐만 아니라 김씨의 아들·딸과 어머니 등 가족들도 모두 사후 장기기증에 동참했다.

김씨는 "다른 사람을 살리고 싶은 마음 덕분에 오히려 내가 살았다"며 "신장 기증 후에도 계속 봉사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