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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손님 짜증' 두려워 속도에 목숨 걸다

무어. 2011. 2. 6. 19:27

한민족의 급한 마음은 언제부터 였을까~

나도 모르게 내몸에 익숙해져버린 급한맘!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순간순간을 배워봅시다.

 

작년 12월 서울 금천구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가던 피자배달원 최모(24)씨가 택시에 부딪혀 사망했다. 최씨는 시급(時給) 4500원을 받으며 부족한 학비를 벌고 있었다. 피자헛 정규직노동조합은 이 회사 배달부 중 3명이 지난해 배달 중 사고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피자배달원, 그들을 만나봤다.

고등학생부터 20대 가장(家長)까지 피자배달

↑ [조선일보]

올해 고교 2년생이 되는 박준성(18)군은 신촌에서 5개월째 피자배달을 하고 있다. 박군은 월~토요일 방과 후 오후 5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피자를 배달, 한 달에 약 100만원을 번다. 번 돈은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쓰거나 부모님이나 여자친구 선물 값으로 나간다. 씀씀이가 '10대 피자배달부'의 전형이다.

서울 당산동의 한 피자집에서 피자배달을 하는 박영철(22)씨는 세살짜리 딸이 있는 아이 아빠다. 박씨는 한 달 내내 쉬지 않고 오전 11시부터 하루 12시간 피자 배달을 해 한 달에 약 200만원을 번다. 수입 대부분을 전세 융자금을 갚는 데 썼고 지금은 양육비 때문에 세 사람이 생활하기에 빠듯하다. 박씨는 "주말에 쉬는 직장으로 옮기고 싶지만 마땅치 않고,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새벽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 압구정의 한 피자집에서 일하는 대학생 윤여환(26)씨는 고교 2학년 때부터 피자배달을 해온 '10년차 피자배달원'이다. 윤씨는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데 아직 취업을 하지 못했다. 일반 기업체에 취직하면 피자배달을 그만둘 것"이라고 말했다. 피자배달원들은 시급만 받기도 하고 배달건수를 따져 추가로 돈을 받기도 한다. 박영철씨는 시급이 5000원이고 한번 배달에 300원씩 받는다. 박씨는 하루에 30회 넘게 배달해 시급을 제외하고 추가로 약 1만원씩 더 받는다.

'배달이 늦는다'며 욕하는 사람이 제일 싫어

작년 12월 피자배달 도중 사고로 최씨가 죽자 '주문한 지 30분 안에 배달을 해야 한다'는 피자집 규정에 쫓겼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로 피자배달원들은 시간에 쫓긴다. 가장 바쁜 요일은 주말, 가장 바쁜 시간대는 오후 1~2시와 오후 6~8시. 1분에 한 건씩 주문이 들어온다. 대부분의 매장에서는 배달시간이 30분을 넘어선다고 배달원에게 페널티(벌칙이나 벌금)를 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배달원들이 30분 내 배달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은 자주 늦을 경우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한 배달원은 "손님에게 항의전화를 받다 보면 매니저도 짜증 나고 그걸 듣고 있는 저도 화가 나기 때문에 욕먹기 전에 일찌감치 배달을 하려고 속도를 낸다"고 했다.

시간에 쫓기며 달리니 교통사고도 일어난다. 서울 영등포에서 피자배달을 하는 장민석(18)군은 작년 중순 배달용 오토바이를 몰다가 급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뒤에 오던 차에 치였다. 장군은 전치 4개월 진단을 받았고 손가락이 잘 구부려지지 않아 신체장애 7급이 됐다. 장군은 "다른 일을 찾아보면서 배달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철씨도 배달 일을 하면서 알게 된 동생 한 명이 작년에 사고로 죽었다고 했다.

손님들로부터 짜증을 듣는 일도 다반사. 주로 잔돈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경우다. 박영철씨는 "잔돈 100원이 부족하다고 손님이 피자를 집어던진 경우도 있다"고 했다. 남녀불문하고 20~40대가 비교적 잔소리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할머니들은 때로 격려도 해준다. 박준성씨는 "몇몇 할머니들은 '내 손주도 배달을 한다. 힘내고 과자라도 사 먹으라'며 1000원, 2000원씩을 준다"고 말했다. 한 배달부는 세상에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이 "그만 좀 시켜 먹어 주세요"라고 했다. '일이 끊기면 어떻게 할 거냐' 물었다. "음, 그건 안 되니까, 조금 늦더라도 따뜻한 말 한마디만 해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