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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 농성 푼 홍대 미화원 `기쁨 반, 아쉬움 반'>

무어. 2011. 2. 20. 16:44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20일 오후 홍익대 청소 노동자들이 49일째 무기한 농성을 벌여 온 대학 본관(문헌관) 로비.

장갑을 낀 청소 노동자들은 '쓰레기 먼지 마시고 월급 75만원' '억울하다. 복직시켜 달라' 등 울분이 담긴 플래카드부터 '어머니 아버지 고맙습니다' 등의 응원 글까지 하나씩 걷어내고 있었다.

학교 정문에서 본관까지 올라오는 100m가량의 진입로 가로수에 걸려 있던 현수막과 본관 건물에 붙어 있던 지지 글과 성명서, 플래카드도 모두 떼냈다.

미화원ㆍ경비원 노조는 올해 초 용역업체가 단가 문제로 입찰을 포기해 170여명이 해고되자 문헌관에서 점거 농성을 벌여 왔다.

이들 노조원은 이날 49일 만에 극적으로 노사협상이 타결돼 21일부터 일터로 돌아가게 됐다.

북극 한파가 기승을 부렸던 올겨울 차디찬 로비 바닥에서 50일 가까이 버틸 때 쓴 방열 깔개, 담요, 침낭 등도 차곡차곡 한쪽에 가지런히 치워졌다.

30여 분이 지나자 본관 앞에는 치열했던 농성장을 보여주듯 페트병, 종이, 스티로폼, 상자 등이 담긴 쓰레기봉투 10여개가 수북이 쌓였다.

지난 46일간 농성장을 지켰다는 서복덕(57·여)씨는 "교섭이 타결돼 기쁘지만 학교에서 한 사람이라도 나와 변명 아닌 변명이라도 했으면 더 기뻤을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당뇨로 고생한다는 그는 "남편이 말렸고 두 딸은 '우리가 돈 아껴 쓸 테니 그만하라'고 했지만 끝까지 싸워보고 싶었다. 농성장을 찾아 응원해 주던 미대 학생들과 다시 얼굴을 마주 보고 인사할 수 있게 돼 다행스럽다"며 웃었다.

동료 미화원 이용순(58.여)씨도 "겨울이 유난히 추워서 힘들었고 잠자리가 가장 문제였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았다"면서도 "혼자 힘으로 해낼 수 없는 걸 다같이 힘을 합쳐 해냈다"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번 노사 합의로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라는 목소리도 많았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경비 노조원은 "지칠 만큼 지친 상태였는데 우리 요구는 100% 수용되지 않아 아쉽다. 경비 조합원들은 교섭 결과에 전적으로 만족하지는 못한다"며 "일터로 돌아가서도 계속 싸울 생각이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일단 일터로 돌아가더라도 대학 측의 고소ㆍ고발 건, 휴게실 개선 문제 등을 두고 계속 싸우겠다는 입장이다.

이숙희 노조 분회장은 "우리가 원하던 것 100%를 얻어낸 게 아니라서 합의서에 도장을 찍고 나오는 데도 마음이 무겁고 아쉬웠다"며 "찬반투표에서 반대 8명이라는 숫자가 무겁게 느껴진다. 비조합원까지 포용해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