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최근 제기된 국정 현안에 말을 아끼고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전, 개헌 논의, 초과이익공유제 도입 등을 놓고 연일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지만 청와대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총리실과 해당 부처로 결정권을 '이관'하고 있다. 대부분 지역 간, 업계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나서는 순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청와대 인식인 것 같다.
◇조정은 하되, 나서지는 않는다=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출입기자들과의 산행 간담회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에 대해 "총리 주재 하에 법적으로 진행하고 합리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동남권 신공항에 대해서는 "용역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정 대변인은 2일 초과이익공유제를 묻는 질문에 "동반성장 위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이다. 현재 입장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안들 대부분이 청와대가 지침을 내리는 순간 일 처리가 힘들어지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초과이익공유제도 청와대 내부에서는 논의된 사안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청와대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 현안들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청와대가 내부적인 조정 역할을 하고, 해당부처나 총리실이 법에 따른 절차를 밟아 처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집권 후반기 최대 정치적 현안으로 평가되는 개헌에 대해서는 청와대에 함구령이 내려져 있는 상태다. 개헌 논의는 지난 1월 23일 당·청 비공개 회동을 통해 불거졌고, 한나라당 내 특위가 구성됐으나 진전되지 않는 상태다.
◇총리 역할론 부상=청와대가 한 발 뒤로 물러난 대신 김황식 국무총리는 전면에 등장했다. 현재 과학비즈니스벨트, 동남권 신공항, LH 이전 등 이른바 '3대 갈등 현안'이 총리실로 이관된 상태다. 김 총리는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역갈등 문제는 원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처리할 방침"이라며 3대 갈등 현안을 상반기 안에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김 총리에 대한 호평들이 커지고 있다. 강단 있게 잘 대처하고 있다거나 대법관과 감사원장 등을 거친 내공이 엿보인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의도적으로 총리에게 역할을 맡긴 것은 아니며, 맡긴다고 해서 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다만 김 총리가 갈등 현안을 신중하게 잘 처리하고 있다는 평가들이 많다"고 전했다. 다만 김 총리가 전통적인 의미의 '책임 총리'는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책임 총리는 김대중 정권 시절 김종필 총리, 노무현 정권 시절 이해찬 총리처럼 내각 인선에 강한 영향력을 가져야 하지만, 김 총리는 그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다.
◇갈등은 커지는데…=청와대가 교통정리에 나서지 않으면서, 갈등이 확산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원점 재검토론'까지 등장하는 등 논란이 오히려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과 김 총리는 "상반기 중 결론 낼 것"이라고 말했지만, 오히려 선정 이후 더 큰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동남권 신공항과 과학비즈니스벨트 선정이 이렇게 크게 다뤄질 정도로 국가적 사안인가'라는 물음도 적지 않다. 지역 간 이해관계가 내년 총선 등과 맞물리면서 예상보다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개별 사안으로만 보면 지역 간 갈등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국가 전체적인 차원에서 보면 합리적인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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