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회의원에게 연금 형태로 지원금을 주는 내용의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개정안에 대해 보수와 진보 진영을 막론하고 비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고계현 정책실장은 27일 "국민연금 등을 받는 사람들에게 추가로 혜택을 줘 형평성이 전혀 없다. 그럴 돈이 있다면 입법활동의 질을 높이는데 더 투자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 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전희경 정책실장도 "의정활동은 국민에 대한 봉사라는 측면이 훨씬 강한데 혈세로 노후 보장을 해달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당장 법을 재개정해 국비 지원을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정치학)는 "장기근속이 필요한 직종에서 자기 부담금을 내면서 받는 게 연금인데, 이번 제도는 이런 조건과 전혀 무관하다. 정치학자로서도 부끄러운 결정이라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생을 먼저 챙겨야 하는 도의적 책임감을 잊었다는 지적도 많았다.
인권 전문가인 서울대 조국 교수(법학)는 전직 국회의원이 연금을 시급하게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인지를 되물었다.
대다수가 사회적 강자에 속하는 의원들이 실제 하층민의 처우개선 법안은 여야 다툼을 핑계로 처리를 미루면서 자신들의 복리후생을 먼저 챙겼다는 것이다. 국회가 지난 2월 몰래 법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학계의 대표적인 보수 논객인 박효종 서울대 국민윤리교육학과 교수는 "긴급한 사안도 아닌데 왜 급하게 통과시켰는지 모르겠다. 법안이 옳다면 공론화를 했어야 하는데 민주주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이지현 의정감시팀장도 "공무원 연금제를 손질할 때도 대대적인 공청회가 열렸는데 이번은 상황이 반대라 어이가 없다"고 했다.
국회가 지난 2월25일 압도적 지지로 통과시킨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은 기존 법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헌정회의 운영 및 65세 이상의 연로회원 지원 등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헌정회는 국회의원들이 세비의 일부를 모아 운영하는 단체로, 연로한 전직 의원들에게 매월 120만원의 '생활보장' 지원금을 지급한다. 이 단체는 1988년부터 관행적으로 국고 지원을 받아왔으나, 이번 개정으로 이런 혜택을 공식적으로 누릴 수 있게 됐다.
유태영 기자 anarc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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