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연합뉴스) 김혜영 기자 = "날벼락 같은 화재사고가 난 뒤로 '추석'이라는 말만 들으면 한숨 먼저 나옵니다."
지난 6일 지인, 가족 등을 동원해 어렵사리 빌린 5억5천만원으로 29t짜리 연승어선 '2005풍경호'를 장만했던 원하옥(63.서귀포시)씨는 요즘 가족의 생계 등 앞날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만선의 꿈을 안고 설레는 마음으로 소유권 이전 문서에 서명했던 그의 배가 7일 새벽 일어난 서귀포항 어선 연쇄화재 사고로 불에 타며 반나절 만에 거의 숯덩이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자고 있는데 후배로부터 급히 전화가 왔습니다. 서귀포항에 불이 난 것 같으니 빨리 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군요. 부리나케 옷을 챙겨입고 나가봤더니 이미 다른 배엔 시뻘건 불길이 치솟고 있었습니다. 그때라도 배를 다른 곳으로 옮겨놨어야 했는데…."
원씨는 화재 당시 불이 난 어선에 인접해 있던 '2006남성호' 등 배 세 척을 서귀포 외항으로 피항시키느라 정신이 없었다. 미처 자신의 배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2시간 동안 예인작업에 매달렸던 원씨가 내항으로 돌아왔을 땐 이미 그의 어선은 검은 화염에 뒤덮인 뒤였다. 3∼4대의 소방차량이 달려들어 불을 잡아보려 애를 썼지만 거친 화염을 잡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원씨는 "불행 중 다행으로 배가 전소되지는 않았지만 선체기관보험금 3억3천400만원 전액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게다가 추석이 오기 전에 선원들에게 줘야 할 생활비와 선급금 등 1억7천만원을 마련할 길이 막막해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출항 준비를 끝내고 태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297해진호' 선주 김세영(58.서귀포시)씨의 사정도 마찬가지.
지난해 8월 새로 건조한 김씨의 어선 역시 그날 새벽 풀썩 주저앉은 잿더미로 변해 버렸다.
그는 "만든 지 1년밖에 안 된 배가 그렇게 허무하게 타버려 너무나 억울하고 원통하다"며 "공제보험금 4억9천만원을 받는다 하더라도 배를 새로 짓는 데 1년이 걸리고 건조비도 추가로 들어 어차피 손해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서귀포시는 이런 어민들의 시름을 덜어주기 위해 폐선 처리비를 지원하고, 제주도는 배 한 척당 농어촌진흥기금 융자한도를 5억원에서 7억원까지 높이는 방안과 상환기간 연장 방안을 검토하는 상태다. 그러나 이 기금과 관련한 심의위원회가 내년 상반기에 열릴 예정이어서 어민들은 상당기간을 속수무책으로 기다려야 할 판이다.
원씨는 "화재 현장감식 결과도 빨라야 10월쯤 나온다고 하고 심의회도 내년 상반기에나 열린다고 하니 힘없는 어민들로서는 그저 애만 탈 뿐"이라고 힘없이 말했다.
그는 "융자지원 한도를 아무리 높여준다 하더라도 어민들에게 그 돈을 빌릴 수 있을 만한 조건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면 아예 지원을 해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며 도당국에 실효성 있는 지원을 간절히 바랐다.
서귀포항에서는 지난 7일 오전 2시33분께 태풍을 피해 정박한 어선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7척의 어선이 모두 타고 2척은 일부 소실돼 모두 70억원(제주도 추산)가량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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