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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머징 이슈]무인 자동차

무어. 2010. 10. 14. 21:05

구글이 또 사고를 쳤다. 도요타 `프리우스`를 개조해 무인자동차를 만들어 시험 운행에 성공한 것이다. 무인자동차란 말 그대로 자동차가 직접 교통상황을 판단해 운전자 없이 운행하는 것으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미드인 `전격 Z작전`의 `키트`를 생각하면 된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이 9일(현지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구글 무인자동차 7대는 운전자가 아예 없이 1000마일(약 1609㎞)을 성공적으로 운행했다. 놀라운 점은 미국에서도 경사와 굴곡이 심한 난코스로 일컬어지는 샌프란시스코의 롬바드 거리에서 경미한 사고 한 건을 일으키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무인자동차 기술은 자동차 유리창 · 범퍼 · 지붕에 레이더와 카메라를 설치해 보행자, 주변 장애물, 교통신호 등의 정보를 수집한 뒤 차에 설치된 인공지능으로 교통상황을 분석해 핸들과 차량 가속기, 브레이크 등을 제어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통체증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기술로 평가받는다.

구글의 시도가 물론 최초는 아니다. 그러나 전격 Z작전의 주인공 데이비드 핫셀호프가 손목시계에 대고 “키트!”를 외치면 주인을 찾아오는 무인자동차 시대를 한층 더 앞당겼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무인자동차시대가 열린다=전문가들은 무인자동차 시대가 먼 미래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이미 관련 기술은 상당 수준 진보했다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자동차 연구소인 DAD(Digital Auto Drive)는 2005년 3차원(D) 영상과 내비게이션 기술을 결합한 도요타 툰드라(Toyota Tundra) 트럭을 개발한 바 있다. 스스로 도로를 볼 수 있고 내비게이션을 운용해 길을 찾아가는 식이다.

릭 왜고너 전 제너럴모터스(GM) CEO는 2008년 1월 미국에서 개최된 CES 2008 행사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IT는 이미 자동차와 컨버전스를 진행 중이며 10년 내에 무인자동차가 등장한다”고 예언하기도 했다.

무인자동차는 기본적으로 하드웨어 센서와 데이터를 수집해 처리하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로 나뉜다. 레이저스캐너 · GPS · 레이더파 · 카메라 · 관성측정장치 · 관성항법장치 등으로 구성됐다.

관련 SW도 착착 개발되고 있다. 자동차 간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과 차선을 이탈했을 때 이를 경고하거나 자동으로 차선 내로 진입하게 하는 차선이탈 감지 기술은 재규어 등 외산 고급차종에 적용되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는 “5년 내에 운전 중 피곤하면 자동운전모드를 선택해 쉴 수 있고 자동차가 도로 교통이나 기상상황에 따라 자동 반응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소개했다.

◇상용화 본격화=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무인자동차를 상용화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무인자동차의 실용성은 차치하고서라도 관련 기술이 로봇 · 수송 · 물류 등 다양한 분야와 컨버전스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방 분야는 병력 손실없이 장갑차 · 탱크 등을 무인으로 조종해 적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가 활발하다.

실제로 미국 국방부는 오는 2015년까지 전체 군용차량의 30%를 무인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때문에 미국 국방부 산하의 고등연구기획청(DARPA)은 2004년부터 무인자동차 대회(DARPA Grand Challenge)를 열어 정부 차원에서 민간의 기술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1회 대회에선 카네기멜론대학에서 개발한 무인자동차가 전체 대회 코스인 150마일 중 7마일가량을 운전하는 데 그쳐 우승자 없이 끝났다. 그러나 이듬해 5대의 무인자동차가 코스를 완주하는 등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류시복 자동차부품연구원 IT융합센터 박사는 “미국은 현역장병 수가 갈수록 부족해지는 문제점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그 대안으로 무인전투차량을 만들기로 했으며 보급라인을 무인화하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자동차 내에 들어가는 SW의 중요성이 커져 자동차 기업과 IT기업의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전황수 ETRI 기술경제1팀 책임연구원은 “자동차 업체가 애플과 제휴해 아이팟과 차량 내 정보기기를 연결한 `아이팟 통합차`를 발표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내비게이션용 운용체계(OS)인 윈도 오토모티브(Automotive)를 출시하기도 했다”면서 “자동차업체와 IT 업체가 협력해 세계적인 트렌드로 기술을 선점하면 자동차와 IT 분야가 동시에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현실은=현대기아차가 이달 중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무인자동차 경진대회를 개최하는 등 무인자동차를 상용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무인자동차 기술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초보단계다. 한국은 1998년 자동차부품연구원 등이 5대의 차량을 10m 간격으로 묶어서 동시에 무인으로 운행하는 `무인군집주행`을 세계에서 네 번째로 성공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도 없어 관련 기술 발전속도가 더디다. 대학 등 일부 연구기관에서 개별적으로 무인자동차 기술을 개발 중이지만 산학협력이 미진해 제품 상용화도 어려운 상황이다. 류시복 박사는 “무인자동차 기술은 주행의 즐거움을 빼앗는다는 측면에서 일반 승용차 부문에서 시장이 열릴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하지만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미래기술로 체계적인 연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