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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중학교에 딸 입학시킨 장애인 아빠

무어. 2010. 12. 5. 17:27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딸 사랑은 아빠'라는 말이 있던가.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자신의 자식을 위해서라면 한없이 내주는 아버지의 모습을 가끔 떠올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도 지체 장애를 가진 한 아버지가 기초생활수급비를 받는 상황 속에서 딸을 국제중학교에 입학시킨 사례가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에서 실시한 '사교육 없는 자녀교육 성공사례'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게 된 김성규 학부모의 얘기다.

2001년 봄, 직장에서 심한 호흡곤란으로 쓰러진 이후 지체 1급의 장애를 안게 된 김씨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딛고, 별도의 사교육 없이 큰딸을 영훈국제중학교에 보냈다.

몇 년간의 병치레로 뚜렷한 직업을 갖지 못하고 이집, 저집을 전전해 오기만 하던 김씨는 어느새 초등학교 3학년으로 훌쩍 커버린 딸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숙제도 봐주고 대화를 나누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보다 체계적인 방법으로 딸의 학습을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한 김씨는 책을 살 수 없어 집 근처 마트에서 학습 방법과 관련된 책을 주로 읽고 메모를 한 다음 딸에게 방법을 그대로 적용시켰다.

김씨는 책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된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을 중심으로 딸에게 지도했다. 국어는 한자 공부에 중점을 두게 했고, 영어는 방과후 학교 수업과 팝송 듣기, 자막 없이 애니메이션 보기 등을 병행토록 했다.

딸이 가장 어려워 했던 수학의 경우에는 직접 개념부터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후 딸을 집에서 가까운 학원에 데려가 등록은 하지 않고 레벨테스트만 받도록 해 본인의 실력을 가늠해 자신감을 키우는데 주력했다.

이러한 노력에 자신감을 얻게 된 딸은 수학경시대회에 나가 금상 4회, 동상 1회, 장려상 1회 등 각종 상을 휩쓰는 쾌거를 이루게 됐다.

하지만 김씨는 교과목 위주의 교육 외에 딸의 정신적인 측면에 도움을 주는일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

평소 내성적인 김씨는 적극적인 성격의 아내의 도움을 받아 딸 생일에 같은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장애인 아버지의 모습을 스스럼 없이 드러냈다. 아침에는 딸과 함께 20분 정도 운동을 하며 칭찬과 격려를 아낌없이 해줬다.

딸은 결국 2009년 영훈국제중학교에 합격했다. 국제중에 들어간 이후에도 외국에서 오래 살다 온 학생들에게 뒤쳐지지 않고 꾸준하게 중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김씨는 "어느 부모나 자신의 아이가 학업 성적도 뛰어나고 모든 면에서 잘하기를 바란다"며 "그래서 때로는 엄하게 혼낸 적도 있고, 작은 일에 쉽게 들뜬 적도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