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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대학살' 우려 커져…인권단체 "사망자 6000명"

무어. 2011. 3. 3. 22:23

석유도시 브레가 공방…반군, 하루 만에 재탈환
아랍국가 "군사개입 반대"…차베스, 중재委 구성 제안

리비아 사태가 내전으로 비화되면서 사망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AFP통신은 반정부군이 카다피의 친위대로부터 빼았겼던 리비아 동부의 석유도시 브레가를 하루 만에 재탈환했다고 2일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10명이 사망하고,18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카다피가 석유시설을 노린다는 증거"라고 전했다.

교착상태에 빠진 리비아 내전으로 사망자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현지 인권단체인 리비아인권연맹 등은 반정부 시위로 인한 사망자가 6000명에 이른다고 주장했고,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사망자가 1000명이 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비아는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 후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내고 있다. 튀니지와 이집트에서도 각각 147명과 348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랍국가들,서방의 군사 개입 반대

석유 비축 지역인 브레가를 놓고 카다피 측과 반정부군의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화력에서 열세인 반정부군은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실제로 반정부군은 다소 수세에 몰린 상황이다. 전날 친위대는 반정부군이 장악한 수도 트리폴리 주변 6개 도시에 대한 재공략에 나서 가리안,사브라타 등 두 곳을 점령했다. 카다피는 이날 국영TV연설을 통해 "외세 개입 시 수천명이 죽게 될 것"이라며 리비아인들을 인질로 잡고 나섰다.

국제사회는 군사 개입을 망설이고 있다. 미국 고위 관리들은 리비아에 대한 일차적 군사 개입 조치로 예상되는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하원 청문회에서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리비아 방공망 파괴에서 시작된다"며 "그래야 리비아 전역을 자유롭게 날 수 있고 우리 조종사들도 격추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동의가 필요한 것은 물론 리비아군의 반격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미 항모를 지중해로 급파한 최근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아랍국가들도 일제히 반대의 뜻을 밝혔다. 아랍연맹 외무장관 회담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은 성명을 내고 "리비아에 대한 외국의 군사 개입에 반대한다"며 "리비아 위기는 아랍 세계 내부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란은 서방 세계의 군사적 선택은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 와중에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리비아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각국이 참가하는 중재위원회 구성을 제안했으며 아랍연맹이 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다피도 차베스 대통령 제안에 동의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카다피,아들들의 망명 제안 거부

니카라과 일간 '엘 누에보 디아리오'는 카다피의 아들들이 카다피에게 퇴진을 요구하며 함께 니카라과로 떠날 것을 권유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리비아 국외에 있는 카다피 가족 및 측근들이 니카라과 정부의 동의를 이미 받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은 카다피와 오랜 친분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카다피는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부는 리비아 유혈사태가 반 인류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수사에 착수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요청으로 ICC 검찰부가 수사에 나선 것은 수단 다르푸르 내전에 이어 사상 두 번째다. 루이스 모레노 오캄포 ICC 수석검사는 3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수사 이유와 기소 대상에 대해 설명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