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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4명 사망... "'해고는 살인' 증명됐다"

무어. 2011. 3. 3. 22:22

야 5당과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회견을 열고 쌍용차 노동자 잇단 죽음에 대한 사회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 남소연

쌍용자동차 무급휴직자와 희망퇴직자들의 자살과 돌연사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와 쌍용자동차 경영진이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각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9년 8월 77일간의 공장 옥쇄 파업을 마치면서 노사가 일부 노동자의 복직에 합의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으면서 생계가 어려워진 노동자들의 죽음이 계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파업 종결 이후 자살하거나 돌연사한 쌍용자동차 출신 노동자와 그 가족의 수는 14명에 달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무급휴직자였던 임무창씨가 경기도 평택 자택에서 심근경색으로 돌연사했고 2일에는 경남 창원공장 희망퇴직자였던 조아무개씨가 연탄불을 피워 자살했다.

야 5당과 민주노총, 법률·인권·보건 관련 시민단체는 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자동차 무급휴직자들의 복직과 희망퇴직자들의 생계 보장을 촉구했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것 증명됐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14명의 불행한 죽음 앞에 이명박 정부의 반노동적 정책이 뿌리박혀 있다"며 "쌍용자동차 사태를 폭력으로 일관하고 노동자를 죽음으로 몬 것을 참회하고 사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파업 당시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노동자들의 절규를 사측과 정부는 폭력으로 잔인하게 진압했고, 그나마 노조가 물러서면서 합의했지만 그 이후에도 손해배상청구 등으로 계속 간접 살인행위를 하고 있다"며 "해고는 살인이라는 것이 사실로 증명된 상태에서 이 부분에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어 "쌍용자동차를 매각한 인도 마힌드라 그룹은 합의 정신을 살려서 무급자들이 속히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도 "사회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지만 정규직도 일자리를 잃을 수 있고, 잃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마힌드라 그룹에서 새로 선임되는 경영진과 정부가 하루속히 문제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제조를 중심으로 구성된 인도의 '마힌드라 & 마힌드라' 그룹은 지난해 11월 5225억 원에 쌍용자동차를 인수했다. 이에 따라 쌍용자동차는 이달로 채무를 변제하고 법정관리를 마칠 예정이다. 하지만 사측은 아직 경영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급휴직자들의 복직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자, 가족 절반이 우울감 겪고 있다"

쌍용자동차 무급휴직자들의 복직과 함께 희망퇴직, 해고퇴직된 노동자들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쌍용자동차 파업 관련한 소송을 담당한 김상은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노동자들이 받은 소송은 24건으로, 법률가의 입장에서 보면 점거농성을 해제하고 나온 이후에도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고 본다"며 "쌍용자동차는 노조원 개인에게 손해배상 20억 원, 노조에 100억 원을 청구했고 보험회사는 110억 원의 구상권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러한 소송이 "사실상 생계대책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죽음을 부추기는 행위"라며 "노동자들의 복직과 함께 소송들도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희 노동건강연대 편집국장은 "해외 연구사례를 보면 공장을 폐쇄한다는 통보만 받아도 노동자들의 건강상태가 악화된다는 보고가 있다"며 "사회보장체계가 취약한 상황에서 실업의 의미는 물질기반을 잃어버리는 것 이상의 상실감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쌍용자동차에서 해고당한 노동자와 그의 가족들 가운데 절반이 고도 이상의 우울감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와있다"며 "그들의 건강의 문제는 개인이 관리할 수 없는 지경이기 때문에 사회가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미경, 홍영표 민주당 의원과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 김영대 국민참여당 최고위원,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