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이 커져도 너무 커져버렸다." 이번 경기 성남 분당 을 재·보궐 선거를 두고 정치평론가 및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공통된 견해이다. 지난 3월30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분당 을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면서부터 이번 선거는 향후 정권 교체를 위한 여야 간 '직접전'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4·27 재·보선 결과에 따라 손대표가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확고한 야권 대선 주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4월1일 성남시 분당 정자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던 중 한나라당 예비 후보인 강재섭 전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강재섭 후보에게 5.4%포인트 앞서
이렇게 해서 이길 경우 야당이 앞으로의 판도를 쥐고 가는 큰 계기가 될 것이다. 또, 지더라도 손대표로서는 당의 요구에 부응했고 당을 위해 희생했다는 점에서 명분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전통적 텃밭인 분당 을 지역민들은 손대표의 등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 시사저널 > 은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분당 을 지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5백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30일과 31일 이틀에 걸쳐 전화 면접조사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역시 여론의 주목도만큼이나 지역에서도 재·보선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월27일 분당 을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시간을 내 투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전체의 51.7%가 '반드시 투표할 생각이다'라고 적극적인 투표 의향을 나타냈다. 또 25.1%는 '웬만하면 투표할 생각이다'라고 답했다. 전체의 77%가량이 이번 선거에 투표할 의향을 보인 셈이다. 여기에는 한나라당의 판세 부풀리기 전략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출마 등이 미친 영향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한나라당 텃밭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에도 손대표가 분당 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분당 을에서 민주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손대표와 한나라당 유력 후보군들을 차례로 맞대결시켜본 결과, 모두 손대표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한나라당 후보로 유력시되는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의 가상 맞대결에서는, 46.0% 대 40.6%로 손대표가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이하 연령층·고학력군 지지 많아
손대표가 우세한 것으로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손학규라는 인물이 가지는 '이미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나라당 후보로 경기도지사를 지냈고, 중도·합리적인 성향의 교수 출신이라는 점 등 '손학규'라는 상품이 중산층 이상의 고학력층이 많은 이 지역 유권자들에게 먹혀들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는 결과로 해석된다. 여론조사 시점이 출마 선언 직후였다는 점도 손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수 있다.
또한 '선거판의 크기 변화'가 미치는 영향도 상당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개 재·보궐 선거는 투표율이 높지 않은 편인데, 투표율이 높지 않을 때에는 당 지지도에 좌우되는 '조직표'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은 판세가 확장되었고 그로 인해 조직표가 작용할 가능성이 작아졌다. 이번 선거에서는 '조직표'가 아닌 유권자 개인의 '성향표'를 행사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이번 선거에서 어떤 점을 기준으로 투표하겠는가'라는 질문에 42.4%가 '지역 일꾼'이라고 답했다. '소속 당'이라는 답은 25.6%에 그쳤다.
4·27 재·보선이 실시되는 지역 가운데 특히 분당 을 선거 결과는 여야 판도에 상당한 후폭풍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손대표가 이길 경우 '수도권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권 가도를 질주할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 후보로 유력시되는 강 전 대표가 이긴다면 그 또한 대권 도전에 나서면서 여권의 권력 구도에 변화가 올 수 있다.
한나라당 지지층은 왜 손학규의 손을 잡나 손학규 대표와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등 여권 예상 후보들과의 맞대결 조사에서 나타난 세부 데이터들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다. 손대표가 전통적인 여권 성향의 표를 상당 부분 잠식했다는 점이다. 손대표와 강 전 대표와의 맞대결에서, 한나라당 지지층의 15.6%가 오히려 강재섭 전 대표보다 손학규 대표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를 지지했던 지역 유권자 중 무려 30.4%가 이번에는 손대표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정운찬 전 총리를 손대표의 상대로 보고 조사한 것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나라당 지지층 가운데 22.1%가 손대표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김문수 후보 지지층 가운데서도 35.6%가 역시 정 전 총리보다는 손대표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민주당 지지층과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유시민 야권 단일 후보 지지층이 거의 이탈 없이 손대표를 지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적극적 투표 의향층의 지지율이다. 적극적으로 투표할 의사를 가진 이들만 놓고 보면 손대표와 강 전 대표의 맞대결 결과는 45.4% 대 42.4%로 격차가 상당히 좁혀진다. 소극적이지만 투표할 의사를 내비친 투표 의향층을 모두 포함하면 오히려 강 전 대표가 45.0% 대 42.3%로 역전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같은 결과는 한나라당 지지 성향이지만, 인물로는 한나라당 후보보다 손대표를 더 선호하는 데서 오는 지역 유권자들의 심리적 괴리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한나라당이 43.1%로 민주당(27.4%)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온 것도 이런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
무엇이 정운찬 전 총리 발목을 잡았나
이번 < 시사저널 > 조사에서 이미 그 조짐이 보였다. 손대표와의 대진표에 한나라당 후보로 정운찬 전 총리를 넣어 조사한 결과, 정 전 총리의 경쟁력은 강재섭 전 대표보다 더 떨어지는 수준을 보였다. 손대표는 정 전 총리와의 대결에서 51.9% 대 36.4%로 비교적 여유 있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전 대표와는 5.4%포인트 차의 오차 범위 내 우세였지만, 정 전 총리와의 대결에서는 15.5%포인트 차로 그 격차가 훨씬 더 벌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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