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시험장 간단한 기능시험 대부분 합격
"도로에 제대로 나갈 수 있겠나" 응시생도 걱정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기능시험 항목이 대폭 줄어드는 등 운전면허시험이 간소화된 첫날인 10일 기다리던 응시생들이 면허시험장에 대거 몰렸다.
응시생들은 지나치게 까다로웠던 기능시험의 복잡한 코스들이 없어지고 짧은 기간에 운전면허를 딸 수 있게 돼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였지만 미숙한 운전자가 많아져 사고 위험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바뀐 기능시험 코스에 따라 시험이 치러진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서울 강남운전면허시험장에서는 모두 17명이 시험을 치러 2명만 불합격했다. 굴절ㆍ곡선 코스와 평행주차 등 11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기존 기능시험을 면허시험장에서 치렀을 때 응시생의 합격률은 42.1%였다.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운 채 가속 페달을 밟거나 와이퍼를 제대로 조작하지 못해 불합격한 응시생을 제외하면 50m를 달리면서 차로를 잘 지키는지,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급제동을 할 수 있는지를 보는 '운행상태 기기조작' 항목에서는 사실상 모두 합격한 것이다.
손영희(58) 시험관은 "바뀐 기능시험을 응시생 모두 반기는 분위기"라며 "19세에서 80세까지 차량 안에서 나오는 방송만 잘 들으면 누구나 합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능시험을 치르는 응시생은 전날 88명보다 배 이상 많은 216명. 면허시험이 간소화되길 기다렸다가 전날 인터넷으로 예약한 응시생이 몰린데다가 시험을 치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 3~4분으로 짧아져 응시생이 크게 늘었다.
시험이 쉬워졌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운전대를 잡은 탓인지 시험을 치르고 합격 통지를 받은 응시생들이 예전처럼 뛸듯이 기뻐하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시험이 지나치게 간단해지는 바람에 차를 몰고 도로에 나갈 수 있을지 걱정하는 합격생이 대다수였다.
이날 처음 시험을 치러 합격한 조경하(38.여)씨는 "실제 도로에서 사고율을 줄이기 위해 시험을 보는 것 아니냐"며 "응시자 입장에서는 편하고 좋지만 시험이 어려운 내용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광우(20)씨는 "굽은길에서 차로를 잘 지키는 것 외에는 어려운 게 없었다"고 했고 김진욱(32)씨도 "웬만해선 떨어질 수 없을 것 같다. 시험이 지나치게 쉬워서 실제 도로에서 운전을 할 수 있을지 의심된다"고 우려했다.
시험 간소화와 함께 최소 의무교육 시간이 25시간에서 8시간으로 크게 줄어든 운전면허 전문학원에는 아침부터 교육 과정과 수강료 등을 묻는 전화가 폭주했다.
1종 보통 면허를 따려는 수강생의 경우 전날까지는 기능교육 15시간을 받고서 도로에 나가 주행교육을 10시간 했지만 이날부터 기능교육 2시간과 도로주행 6시간 과정을 마치면 바로 시험을 볼 수 있다.
운전학원 강사들은 70만원대에서 35만원 전후로 뚝 떨어진 수강료도 문제지만 짧은 시간에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화양동의 동아자동차운전 전문학원 관계자는 "차량을 제대로 조작하지도 못하는 수강생과 도로에 나가면 정체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고 강사와 수강생의 안전도 문제"라며 "수강을 문의하면서 학원비가 내렸다며 좋아하다가도 기능교육을 두 시간 받고 도로에 나간다는 말에 '그게 가능하냐'고 되묻는 분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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