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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의원들 "우리 좀 말려달라" 청와대에 SOS

무어. 2011. 6. 11. 16:58

['중수부 폐지'서 U턴… 한나라당에 무슨 일이…]
검찰 반발하고 여론 악화되자 "저축銀 비리 덮으려 한다고 오해까지 받으면 여당 끝장"

한나라당은 지난 3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 소위에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에 합의했다가, 9일 의원총회에서 사실상 당론으로 대검 중수부 폐지에 반대하기로 했다. 일주일 새 한나라당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①중수부 폐지 반대 여론 의식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3일에 공성진 의원과 민주당 임종석 전 의원이 저축은행 회장에게 수억원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지 않았느냐"며 "같은 날 사개특위에서 부산저축은행을 수사하는 중수부를 없애기로 했다. 국민들이 도대체 어떻게 보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중수부 폐지 반대 여론이 월등히 높다. 미디어리서치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검 중수부 폐지에 대해 반대 47.1%, 찬성 26.2%, 모르겠다 26.6%로 나타났다.

한 여당 의원은 "민심이 돌아선 마당에, 정치인 비리를 덮기 위해 중수부를 폐지한다는 오해까지 받으면 한나라당은 끝장난다"고 말했다.

②검찰의 거센 반발

검찰 출신 한 의원은 "중수부 폐지 방침이 발표되고 나서, 검찰 선후배, 동료들로부터 엄청난 항의를 받았다"며 "그전까지는 개혁적 이미지를 위해 중수부 폐지에 어느 정도 동의해줬지만, 항의 강도가 생각보다 세서 '이건 아니구나' 했다"고 말했다.

③한나라 "도와줘요, 청와대"

상황이 이렇자,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청와대에 'SOS'를 쳤다고 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쪽에서 '중수부 폐지로 가면 안 된다. 청와대에서 흐름을 바꿔달라'고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6일 오후 "중수부 폐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황우여 원내대표는 "원점에서 의사결정 절차를 밟아가겠다"고 했다.

④주성영 의원만 주도?

여야 간 중수부 폐지 합의는 지난 4월 사개특위 6인소위의 이주영, 주성영, 홍일표 의원과 야당 사이에 이뤄졌고, 6월 3일 검찰 소위에선 이한성, 손범규 의원 등이 가세했다. 1차 합의 당시 이주영, 홍일표 의원은 "합의 내용을 정확히 모른다. 모든 것은 주 의원이 주도했다"고 했다. 대검 중수과장 출신의 이한성 의원은 "6인소위에서 이미 합의한 것을 내가 뒤집을 수 있었겠나. 중수부를 폐지하기로 전원 일치를 본 적은 없었다"고 했고, 손범규 의원은 "중수부를 당장 폐지하자는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결국 중수부 폐지안을 적극 추진한 것은 고검 부장검사 출신의 주성영 의원 한 명뿐인데, 주 의원조차 9일 "폐지에는 찬성하지만 문제가 많아 사개특위 활동을 연장해 더 논의해야 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⑤야당과 목적이 달라

애당초 한나라당은 중수부 폐지 찬성 의견이 아니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초 '(광우병을 보도한) PD수첩 무죄 판결'로 한나라당 내에서 법원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야당은 그전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에 중수부의 책임이 있다며 검찰 개혁을 요구해왔다. 여야가 법원과 검찰 개혁이라는 서로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 배를 탔다가 좌초될 위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해 2월 국회 사개특위를 구성할 때 한나라당의 목표는 원래 법원 개혁이지 검찰 개혁이 아니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