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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정책 ‘좌클릭’… 포퓰리즘이라 욕해도 국민 원하면 해야"

무어. 2011. 7. 19. 21:51

사회공동체 붕괴 막기위해 약자에 안전망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보수
박근혜 대세론 계속 거론되는 건 뭔가 기대하는게 있기때문 아닐까

[세계일보]

한나라당 전략통, 지략가로 꼽히는 유승민 최고위원은 말을 거침없고 시원하게 한다. 논리가 명쾌하고 호, 불호가 분명하다. 유력 대선후보 2명(이회창, 박근혜)의 핵심참모로 일했기에 보는 눈도 넓다.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그는 역시 사안마다 척척 입장을 밝혔다. 난처할 것으로 예상했던 '정체성 표변'에 관한 질문에도 "인정한다"고 선뜻 답했다. "사회공동체 붕괴를 막고 좌파에게 정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좌클릭으로의 '전향'이 불가피했다고 강조했다. 보수의 길을 걸어온 그간의 이력에 비쳐보면 다소 '뻔뻔하고' 당당한 어조였다. 그런 만큼 자신과 당의 지향점에 대한 확신이 있다는 얘기다. 그런 그로서도 신중하고 부담스러워하는 대목이 있었다. 박근혜 전 대표, 특히 친박(친박근혜)계 측근 그룹에 관한 일이다. 일부 친박계 인사가 박 전 대표를 둘러싸고 외부 접근을 제한, 차단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과 이로 인해 박 전 대표에게 제기되는 문제점을 그도 공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칫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그의 발언은 "과장된 부분이 있다"는 해명을 섞어가며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열린 친박이 돼야 한다"고 친박계의 의무감, 책임감을 지적하면서 할 말은 다했다. 박 전 대표와 친박계를 위하는 '진정성'이 느껴졌다.

―'정통 보수'로 꼽혔는데, 7·4전당대회 이후 확 달라진 것 같다.

"좌클릭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민생복지 정책에서 좌클릭한 것은 내 스스로 분명히 인정했다. 한나라당도 그쪽으로 가야 한다. 진정한 보수라면 사회공동체가 붕괴되지 않도록 사회적 약자에게 안전망을 제공하는 정책적, 제도적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것을 안 하면 좌파에게 정권을 내주게 된다. 우리 사회가 붕괴될 정도로 어려운 국민이 수적으로 많아졌고, 이 문제의 심각성을 과거보다 많이 느꼈기 때문에 전향했다고 고백하면서까지 노선을 바꾼 것이다. 포퓰리즘이라고 욕하는데, 국민이 원하는 것을 무시하면 정치 기본이 안 된 것이다."

―재정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줄일 것은 줄이고 추가 감세를 철회해 생긴 돈으로 민생복지를 하면 단계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토목공사도 너무 많이 할 필요 없다. 한나라당은 어디서 돈이 나오냐는 말을 할 자격이 없다. 각종 복지에 쓸 돈이 없다면서도 4대강 사업에 4년간 21조원을 쏟아붓고 있다."

―좌클릭은 박 전 대표와 교감을 나눈 것인가.

"박 전 대표와 너무 연결짓지 말라. 박 전 대표도 대선을 준비하면서 복지정책의 큰 틀과 세부적인 내용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할 것이다. 내가 건의는 할 수 있겠지만, 각론에 들어가서는 박 전 대표가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알 수 없고, 박 전 대표를 가까이서 돕는 분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본다. 다만 개인적 희망은 있다. 민생분야와 관련해서는 한나라당이 여지껏 국민에게 보여준 것보다 박 전 대표가 훨씬 과감한 정책을 내놓기를 희망한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입장은.

"전면 무상급식을 한나라당이 받아들이자는 의견이다. 다만 주민투표 문제는 서울시가 이미 많이 진척시켜 되돌리기 힘드니, 그건 서울시에 맡겨두자는 것이다. 주민투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조금 무리한 방법으로 서울시민에게 물어보려 하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결과가 나오면 정당은 수용하는 게 맞다. 그러나 투표도 하기 전에 중앙당이 정치적 리스크를 걸면서 개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

―'박근혜 대세론'이 계속 거론된다. 홍준표 대표에 이어 이동관 대통령 언론특보도 언급했는데.

"대표든, 최고위원이든 공정한 선거관리 의무가 있는 당 지도부가 박 전 대표 개인에 대한 대세론을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특히 당 대표로서 특정 후보에 대해 대세론이 맞다, 안 맞다 등을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또 당 대표가 그렇게 하는 게 박 전 대표에게 도움이 되겠는가."

―'박근혜 대세론은 독약'이라는 이 특보 주장의 골자는 선의의 경쟁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은 대안이 있는가. 국민이 차기 대선후보군을 다 알고, 박 전 대표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데, 그게 박 전 대표 잘못도 아니고 뭐 어쩌라는 건가. 이 특보 같은 분이 그런 말을 할 때는 청와대든, 누구든 다른 후보를 띄워 줄 방법이 있는가. 여당 후보 누구든 국민 사랑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그걸 띄우네, 마네 하는 것은 무슨 의도를 가진 얘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회창 대세론'처럼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당내 우려가 있다. 박 전 대표 독주에 따른 피로감, 식상함도 지적된다.

"역대 후보 중에 대세론이 성공한 분도, 실패한 분도 있다. 다 이유가 있고 국민도 이를 안다. 뭐 30% 지지율에 박 전 대표 본인인들 만족하겠는가. 그렇지만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한 뒤 4년 동안 세종시 등 몇몇 사안을 빼고는 박 전 대표가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도 대세론이 나온 것이다. 왜 국민은 독보적으로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느냐. 그것은 박 전 대표에게 뭔가 기대하는 게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다를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 박 전 대표가 앞으로 좀 더 잘하면 지금보다 지지율을 더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박 전 대표 주변에 측근 인사들이 '인적 병풍'을 치고 있다는 비판이 줄곧 나온다. 그래서 의사전달이 제대로 안 되고 당내는 물론 청와대에서도 불만이 적지 않았다. 과거 비서실장 역할을 했던 유정복 의원이 그 대상으로 꼽힌다.

"박 전 대표 주변에 대해 '너무 폐쇄적이다', '연결이 안 되고 중간에 잘린다' 등의 얘기가 나오는데 (주변 측근 인사들이) 그런 인상을 준 것은 잘못이고 책임이 있다. 물론 팩트하고 좀 다른 부분이 있고 과장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저 집단은 폐쇄적이다'는 인상을 줬다면 이를 고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소위 친박 의원, 박 전 대표를 돕는 분이 사명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유정복 의원을 위해 변호하자면 박 전 대표와 가까이 있으면 아무리 개방적으로 잘하려 해도 욕을 먹게 된다는 것이다. 나도 2005년 박 전 대표 비서실장을 할 때 김무성 원내대표, 전여옥 대변인과 함께 셋이서 '인의 장벽'을 형성한다고 욕을 먹었다. 그럼에도 박 전 대표 옆에 가까이 있는 분들은 개방적이 되려 하고, 사진 한 장을 찍더라도 남한테 자리를 내줘 박 전 대표가 외연 확대를 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내가 그분들에게 뒤로 물러서라고 말할 위치에 있지는 않다.

그리고 한나라당 화해는 '친박이 득세를 하네, 친이는 세가 줄었네'라는 말이 나오더라도 친이, 친박이 하는 것이다. 당내든, 청와대든 가까운 사람끼리 노력해야 하고 나도 그러려고 하는데 누굴 만나 어떻게 화해할지를 놓고 굉장히 고민하고 있다. 그런 노력을 하면 아까 그런 인상(폐쇄적, 불통적)을 좀 불식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계파 간 화해·화합 노력에 대해 좀 더 말해 달라.

"친이계 원희룡 최고위원과도 그런 부분에 대해 얘기를 한다. 또 지금은 여러 분들과 전화 한 통화만 해도 그렇게(화해 노력을) 하려고 한다. 내 스스로 '열린 친박'이 돼야 하고 청와대, 정부에 계신 과거의 친이 분들 중 한 분이라도 더 박 전 대표를 지지하도록 만드는 게 박 전 대표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중간에서 친이, 친박을 오락가락한 이보다 확실하게 친이, 친박한 사람이 (계파 갈등을) 풀어야 한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조만간 당에 복귀한다는데, 주문하고 싶은 것은.

"이 장관 본인 입장에서 박 전 대표가 아닌 다른 대선후보를 지지하거나 본인이 직접 출마하는 일은 가능하고, 또 이 장관 본인의 자유다. 그렇게 하더라도 친이, 친박 화해에는 적극 나서야 한다. 계파 갈등이 지난 4년간 당의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시킨 암적인 문제라면, 이를 해결하자는 대전제를 누가 부정하겠는가. 이 장관은 책임을 가장 많이 느껴야 할 분이다."

―내년 총선 전망은.

"만약 오늘 총선 투표를 한다면 한나라당이 질 수 있다고 본다. 야당에게 1당 자리를 내준다는 얘기다. 4·27 재보선 분당을 지역에서 느꼈듯이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을 미워하고 싫어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살아 있다. 그래서 우리 당이 전대를 치르고 노선을 바꾸자고 한 것이다. 민생복지 정책을 과감히 제시하고, 그것의 진정성을 국민이 믿어주도록 한다면, 여기에 제식구만 챙기는 불공정한 공천을 안 한다면 1당 경쟁은 해볼 만하다. 과반수 유지는 어렵더라도 우리 하기에 따라 1당은 할 수 있다고 본다. 1당이 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총선 공천 기준과 관련해 국민경선제 도입이 8월에 점쳐지는데.

문제는 240여개가 되는 모든 지역구에서 어떻게 경선을 치르느냐는 것이다. 그럴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현역 교체 지역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아직 원칙과 기준이 없다. 지도부는 앞으로 신중하고 투명하게 이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

대담 = 허범구 정치부장

정리=박성준 기자, 사진=허정호 기자

■프로필

▲대구(53) ▲경북고 ▲서울대 경제학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 ▲제3정책조정위원장 ▲박근혜 전 대표 비서실장 ▲대구시당 위원장 ▲최고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