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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삼굴(狡兎三窟)

무어. 2023. 1. 2. 10:27

교토삼굴(狡兎三窟) 이야기ㅡ
지혜로운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판다.

맹상군은 설(薛) 땅에 식읍을 가지고 있었다.
3천 명의 식객을 부양을 위해
식읍 주민들에게
돈놀이를 하였는데
회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누구를 보내 회수해야 하는데
1년 간 무위도식하던 풍환을 보내기로 했다.
출발할 때 풍환은
"설 땅에서 가서 무엇을 가지고 올까요?"하고 물었다.
맹상군은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을 가져오세요"라고 했다.

설 땅에 당도하자 풍환은
일단 10만 전을 회수하고 그 돈으로 소를 잡고
술자리를 벌려 주민들을 모두 모았다.
술이 돌자 이전 차용증을 합쳐보고
이자를 낼 수 있는 사람에게는 기한을 정해주고,
가난하여 이자를 낼 수 없는 사람의 차용증서는
모두 거두어 불태워 버렸다.
주민들은 그의 처사에
감격해 마지 않았다.

풍환이 설땅에서 돌아오자 맹상군은
"선생은 무엇을 가져오셨나요"하고 물었다.
그러자 풍환은
"가난한 주민들의 차용증서를 불살라
돈을 주고도 사기 힘든
은혜와 의리를 가지고 왔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맹상군은
마땅찮은 기색이었다.

1년 후 맹상군은
제나라 민왕의 미움을 사서 재상에서 실각하였다.
많은 식객들은 모두 뿔뿔이 떠나버렸다.
실의에 찬 맹상군에게
풍환은 설 땅에서 재기하자 하며
그를 이끌고 갔다.
맹상군이 설 땅에 나타나자
주민들이 열렬히 환호하며 맞이하였다.
맹상군이
"선생이 전에 은혜와 의리를 샀다는
말뜻을 이제야 깨달았소." 말했다.

그러자 풍환이 말했다.
"지혜로운 토끼는 구멍을 세 개 뚫지요 (狡兎三窟)
지금 경께서는
한 개의 굴을 뚫었을 뿐입니다.
따라서 아직 고침무우(高枕無憂)를
즐길 수는 없습니다.
경을 위해
두 개의 굴도 마저 뚫어드리지요."

그리고 나서 풍환은
적국인 진나라 왕에게 가서
맹상군을 등용하면
경쟁하는 제나라를 제압할 수 있다고 유세를 했다.
진나라 왕은 설득되어
금은보화를 준비해 맹상군을 등용하려
사신을 보냈다.
풍환은 재빨리 진나라 사신보다 앞질러
제나라 왕에게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렸다.
제나라 왕은 뒤늦게 후회하고
맹상군에게 사과하며
그에게 다시 재상으로 복직해달라 사정했다.
이렇게해서
두번째의 굴이 완성되었다.

풍환은
맹상군에게 바로 응하지 말 것을
은밀히 권했다.
제나라 선대의 종묘를 설 땅에 만들고
전승되어 온 제기를
종묘에 바치도록 요청하게 했다.
선대의 종묘가 맹상군의 영지에 있는 한
제나라 왕의 마음이 변심한다 해도
맹상군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이것으로 세 개의 굴이 완성되었다.

이리하여 맹상군은
재상에 부임한 수십 년동안
별다른 화를 입지 않았고,
이는 모두 풍환의 <교토삼굴>이라는
지혜 덕분이었다.
불안한 미래를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말로
여러 대안을 준비한 후에는
뜻하지 않는 불행은
찾아오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여러분을 위한
세 개의 굴은 무엇인가요?

 

현명하고 재치 있게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