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심장마비로 별세한 이윤기(63)씨는 소설가다. 하지만 신화학자 겸 번역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고인의 신화학 저서인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 1·2·3'(2000~2002)은 신화학 관련저작들 중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힌다. 밀리언셀러가 되며 국내에 그리스·로마신화 붐을 일으켰다. 이 책이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것은 독창적인 서술방식 때문이다. 여느 신화 관련서들처럼 신화의 계통학적 기술에 집중하기보다 특유의 구수한 문체로 옛날얘기를 들려주듯이 썼다.
신화에 대한 이같은 글쓰기 방법은 일부 학계와 평단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신화의 내용을 일관성 없게 주관적으로 해석한다는 반발이었다. 그러나 대중은 이씨에게 공감하고 환호했다.
한국에 이탈리아의 석학 움베르토 에코(78) 열풍을 불러온 주역이기도 하다.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등 에코의 유명 작품을 그가 우리말로 옮겼다. 또 토머스 불핀치의 '그리스·로마신화'를 비롯해 '그리스인 조르바', '뮈토스', '변신이야기',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등 약 200권을 번역했다. 2000년 '대한민국 번역가상'을 받았으며 번역문학 연감 미메시스가 선정한 '한국 최고의 번역가'로 뽑히기도 했다.
1947년 5월3일 경북 군위에서 태어난 이씨는 197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서 단편소설 '하얀 헬리콥터'가 당선돼 문단으로 들어왔다. 1991년 미국으로 가 1996년까지 미시건주립대학교 국제대학 초빙연구원을 지냈다. 1997~2000년 이 대학교 사회과학대 비교문화 연구원도 역임했다.
장편소설 '하늘의 문'(1994), '햇빛과 달빛'(1996), '뿌리와 날개'(1998), '나무가 기도하는 집'(1999), '그리운 흔적'(2000), 소설집 '나비넥타이'(1998), '두물머리'(2000) 등을 발표했다. 산문집으로는 '어른의 학교'(1999), '잎만 아름다워도 꽃대접을 받는다'(2000), '이윤기가 건너는 강'(2001), '무지개와 프리즘'(2002) 등을 냈다.
1998년 중편소설 '숨은 그림 찾기1'로 제29회 동인문학상, 2000년에는 소설집 '두물머리'로 제8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씨는 27일 오전 9시50분께 반포동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25일 오전 심장마비를 일으켜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일어서지 못했다.
빈소는 일원동 서울삼성병원에 마련됐다. 유족은 부인 권오순(화가) 여사와 1남1녀다.
'===== 세상 얘기 ===== > 뉴 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부고속도 제한속도 110㎞’ 찬반 속 출발 (0) | 2010.08.31 |
---|---|
엄기영의 춘천행... (0) | 2010.08.31 |
카터-김정일 면담 불발... (0) | 2010.08.27 |
국민은행 대규모 희망퇴직 추진 논란 (0) | 2010.08.27 |
박지원 "총리 양보못해..빅딜은 與가 원해" (0) | 2010.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