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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아파트 계단에 18시간 방치된 우체국 집배원의 죽음

무어. 2011. 3. 4. 18:41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 3일 오전 7시45분, 차가운 아파트 계단에 숨진 채 18시간 방치된 집배원 김모씨(33)가 발견됐다. 차마 눈을 감지도 못한채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깨진 뒤통수 주변에는 피가 흥건히 고여있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고층아파트 차가운 계단. 16층과 17층 사이였다. 김씨를 발견한 건 주민이 아니라 연락이 두절된 김씨를 찾아 헤멘 우체국 동료였다.

3일 오전 인천 남동구의 한 고층아파트 16층과 17층 사이 계단에서 인천 남인천우체국 소속 집배원 김모씨(33)가 숨진채 발견됐다. 동료 집배원 윤모씨(31)가 전날 오후 내내 연락이 되지 않은 김씨의 행적을 추적하다 싸늘한 시신이 된 김씨를 찾았다.

경찰은 타살 흔적을 찾지 못했다. 전날 오후 3시쯤 김씨는 이 아파트에서 등기 우편물 배달을 하고 있었다. 집배원은 엘리베이터를 층마다 이용하지 않는다. 꼭대기에 올라간 뒤 차례차례 계단으로 내려오며 높은 층마다 우편물을 전달한다. 주민 편의를 위해서다. 김씨는 17층에서 16층으로 내려오다가 계단에서 넘어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고층아파트 주민을 위한 배려는 고층아파트 주민들의 무관심 속에 18시간 동안이나 버려진 것으로 돌아왔다. 주민들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뿐 계단을 이용하지 않았고 김씨의 시신은 차가운 계단에 방치된 채 발견되지 않았다.

김씨는 결혼도 하지 않은 채 당뇨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홀어머니 이모씨(61)를 모시고 살았다. 유족들에 따르면 월급은 모두 생활비와 어머니 약값으로 썼던 효자였다. 여동생 김씨(31)는 "오빠는 아버지가 7년 전 세상을 떠난 뒤 어머니를 위해 업무시간 외에는 거의 집에만 있었다"고 전했다. 일은 고됐다. 김씨의 퇴근은 밤 11시. 여동생은 "매일 밤 퇴근해 꼭 어머니의 합병증 상처를 꼬박꼬박 소독했다"고 덧붙였다.

어머니 이씨는 우체국 직원이 찾아와 아들의 죽음을 전하자 "그럴리가 없다"며 혼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싸늘한 시신이 발견됐을 때 김씨는 끝까지 우편물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었다. 꽃샘추위 때문에 손에 꼈던 오른손 장갑은 입에 물고 있던 채였다. 장갑을 입에 물고 우편물을 체크하려 오른손에는 볼펜을, 왼손에는 메모지를 들고 있었다. 채 눈을 감지도 못했다. 누구보다 성실했던 김씨의 가슴아픈 마지막이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