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5기 안산시와 복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민주당은 지난 2010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을 비롯한 복지정책을 선거공약 전면에 내세워 경기도 내 지방자치단체선거에서 승리를 거뒀고 그 중 안산시는 ‘시민이 행복한 복지안산’을 만들겠다며 동사무소 현관을 초록색으로 도배하며 1년 간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안산시가 개발위주 정책에서 복지위주 정책으로 패러다임의 전환까지 선언하며 복지정책의 적극적인 추진을 전면에 내세우자 주민들은 내심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해 온 것이 사실이다. 복지안산 1년이 지난 지금 안산의 복지정책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복지예산을 중심으로 현 시점을 점검하고 각 분야별 복지현안이 무엇인지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 <편집자 주>
■복지비용 전체 예산 40% 육박 ‘복지안산’ 1년이 지난 지금 경기도 교육청의 주도로 진행된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시행을 제외하고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복지정책의 변화는 전무하다. 안산시는 복지정책의 비전과 장·단기 과제를 제시하지 못한 채 시장의 입에서는 “복지예산이 너무 많다. 복지비용 때문에 시정을 운영하기 힘들다”는 볼멘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안산시 사회복지협의회 회의에서)
안산시 2010년 세입 세출 결산서에 따르면 지난해 복지관련 예산은 2652억여원으로 전체 세출 7830억의 33.8%에 이른다. 여기에 무상급식비용을 포함한 교육지원금 129억원을 더하면 복지비용은 35%를 넘어섰고 올해 예산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표면상으로 보면 과도한 복지예산으로 인해 시 제정이 압박 받는다는 시장의 발언이 과장은 아닌 듯 보인다. 안산의 복지예산 비율은 경기도내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도 높다. 안산과 규모가 비슷한 부천시의 복지예산 비율은 33.1%(2010년 기준), 수원시 23.6%(2009년 기준)와 비교해도 확실히 높은 수치다.
■ 대부분 국가·경기도 사업, 특화된 복지정책 없어 이처럼 안산시 복지예산 비율이 높은 이유는 뭘까? 안산시가 다양한 복지정책을 추진하기 때문일까? 아쉽게도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안산시 사회복지과 김창모 과장은 “안산시는 여느 지방자치단체와 비교해 볼 때 저소득층이 비율이 높다. 고향마을에 사시는 사할린 영주귀국 세대를 포함해 기초수급생활자와 차상위 계층이 많아 이들에 대한 국가 지원금이 타 시 군에 비해 많은 편”이라며 원인을 분석했다.
기초생활 수급자 생활비처럼 사회복지 비용의 90%이상이 국가나 경기도가 추진하는 사회복지 정책의 단순집행 비용이다. 국가나 도로부터 지원받는 사업을 위해 안산시가 의무적으로 지출해야하는 고정지출비용이 높아 자연스럽게 복지비용이 높아진 것이다.
민선 5기가 자체 시행중인 복지정책은 △장애인 가정 출산지원금 확대시행 △실버안전지도원 △노인 목욕바우처 사업 △이동복지상담실 운영 △ 어린이 주치의 제도 도입 △ 보육OK지원센터 건립 등이 있다.
■ 빈약한 복지사업보다 비전 부재가 문제 한편 복지분야 전문가들은 “높은 복지비용 지출이 복지사회 완성이 아니듯이 지자체가 시행하는 독자적인 복지사업으로 복지정책의 성패를 논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안산사회복지협의회 박상호 회장은 “지자체가 개별 사업을 개발해 복지정책을 펴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방자치 단체가 할 수 있는 복지정책이란 한정된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지를 고민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복지분야 전반에 관한 파악한 후 시급성에 따라 행정력 선택과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인 청소년 아동 장애인 등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분야의 현안 사안은 무엇인지 복지예산 집행의 효율성은 얼만큼인지 면밀하게 검토하고 분석해 행정력과 예산을 집중해야지만 복지안산의 밑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한 시의 노력은 전무했다.
지난 6월 20일 민선5기 출범 1주년 기념 워크숍에서 ‘복지안산’의 비전이 없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류홍번 안산 YMCA 사무총장은 “무상급식에 따른 복지예산의 양적확대나 추모공원 추진 논쟁이 복지 안산의 전부가 아니다”며 “복지안산의 비젼이 정책방향으로 수립되고 제도적 시스템이 만들어 지기 위해서는 복지안산의 구체적인 상이 무엇인지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선5기 행정부는 지난 1년간 ‘복지안산’을 주장하면서도 공식적인 자리뿐만 아니라 개별적인 자리에서 조차 복지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과 정책생산을 고민하는 노력이 없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 복지시설 관리 허술 안산시의 복지 기반 시설은 어느 정도일까? 통계청에 따르면 안산시 노인1천명 당 요양시설 수는 3.68개로 군포(3.41), 성남 (2.8개)등 비슷하거나 많고<표1>, 유아1천명 당 보육시설 수도 20.97개로 많다.<표2> 안산시 인구 10만명당 사회복지사의 숫자도 5.65명을 면적대비 인근지방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표3>
또한 지난해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양로시설이나, 사회복지관, 지역자활센터 등 사회복지시설 수가 안산지역은 231개로 수원(216개) 고양(225개) 부천(214개)로 경기도내 시군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복지시설은 일단 접근성이 높다는 잇점이 있는 반면 관리의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 안산이 복지시설 수가 늘어난 것을 분석해 보면 노인 10명 미만이 거주하는 노인공동생활가정의 숫자가 50여개로 타 시 군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이들 노인공동생활가정의 허술한 관리가 요양보험 부당청구 등 새로운 문제를 발생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 분야별 복지정책 현안은? 앞서 말한 것처럼 적은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복지 전반을 놓고 선택과 집중으로 행정과 예산을 투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과다하게 지출되는 복지분야는 어디인지, 시급히 필요한 시설은 무엇인지를 정해 예산의 범위 내에서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분야 시정 평가를 위해 여러 전문가들을 만나 본 결과 안산시 가장 열악한 복지 분야로 ‘청소년 복지’분야를 꼽았다. 일반 청소년이 이용하는 ‘청소년 수련관’은 내실있는 운영에도 불구하고 규모며 숫자면에서 주변 시군 보다 적고, 위기청소년들이 머물 쉼터하나 없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 복지 정책을 생산하고 조율할 청소년 육성재단 설립도 매년 ‘정치논리’에 휩쓸려 설립이 늦어지고 있다.
박상호 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은 “시가 원활한 복지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 복지사업 종사자 들도 ‘내 분야만 제일 급하고 제일 중요하다’는 입장을 버려야 한다. 모든 복지분야가 사회통합을 위해 또 행복한 삶을 위해 지원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우선순위를 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복지안산’을 추구하는 시 행정부가 복지에 대한 철학 정립, 안산시 복지 현안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설득하고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1년이 지났다. 성과를 만들어 내기에는 짧다면 짧은 기간이다. ‘복지안산’의 성과나 사업에 대한 평가를 하기엔 자료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복지관련 종사자들도 시간의 한계를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동안 복지안산의 기초를 다지기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는 평가다.
청소년 복지단체 한 관계자는 "매번 시청 담당자에게 우리가 하는 일을 설득시키느라 일년이 지난다. 그 담당자가 우리가 어떤 단체인지 알아갈 즈음 인사이동으로 새로운 담당자가 온다. 이런 일이 반복 돼다 보니 시와 함께 정책을 고민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복지안산'을 추진하는 시장님이 당선돼 내심 기쁘고 기대도 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바뀐 건 없다. 어떤 복지정책을 펼 것인지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 행정적 지원이 어떤 것이 필요한지 시의 노력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복지 전문가들조차 시의 복지정책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데 하물며 시민들이야 더 무엇을 말 할 수 있을까? '복지안산'이라는 구호가 공허한 단어로 느껴지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