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 얘기 =====/뉴 스

[李법무 수사개입 파문] 울산서도 부당 수사개입… 이귀남 법무 왜 그랬나

무어. 2011. 2. 18. 11:59

이귀남 법무부 장관의 부당한 수사 개입 시도가 또 드러났다. 한화 그룹 수사 말고도 남기춘 전 지검장(당시 울산지검장)이 지난해 맡았던 한나라당 관계자들에 대한 선거법 위반사건 수사 때도 법무부 간부의 '수사 무마 시도'가 있었다.

두 사건 모두 형식적으로는 법무부 간부를 통해 수사 지휘가 이뤄졌지만 조직 특성상 장관의 지시 내지는 허락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검찰 관계자들은 말한다.

↑ [조선일보]

이 과정에서 검찰총장은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을 통하지 않은 수사 지휘는 검찰청법(8조) 위반이다. 그렇다면 이 장관은 그런 위험을 잘 알면서도 왜 그 같은 수사 지휘를 했던 것일까.

남 전 지검장이 지휘한 선거법 위반사건 수사는 지난해 2월쯤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6·2지방선거를 넉 달쯤 앞두고 있을 때였다. 울산 지역 일간지의 여론조사와 관련해 '잘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금품을 건넨 혐의로 울산지역 구청장과 시·구 의원들이 무더기로 수사 선상에 올랐다. 수사 대상이 된 현직 구청장 3명은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었고, 나머지 사람들도 한나라당 관계자였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이들을 형사 처벌할 경우 한나라당 공천이 어려워지고, 선거 자체도 힘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가 지역 정가에서 돌기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간부가 남 지검장에게 전화를 한 시기는 수사가 한창 무르익던 작년 3월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간부는 남 지검장에게 "기소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느냐"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간부가 그런 전화를 한 이유에 대해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지역 정치권 인사들의 강한 불만이 청와대나 법무부에 전해졌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지역 정치권 인사들은 "검찰 수사 때문에 선거 망치겠다"는 말들을 하고 다녔다고 한다. 이런 불만이 청와대 나 정치권을 통해 법무부에 전달됐을 것이란 얘기다.

수사 지휘는 법무부 장관→법무부 간부→남 지검장의 경로로 전달됐지만 장관이 그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청와대와 정치권의 입김이나 압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무직인 장관 입장에선 그런 불만을 무시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올 초 한화그룹 수사 때의 수사 지휘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검찰 관계자들은 말한다. 한화 수사에 대한 불만이 본격적으로 나온 것은 작년 12월 서부지검이 배임 등의 혐의로 한화그룹 전 재무책임자 홍동옥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였다.

한화그룹을 중심으로 '수사 피로감'과 '기업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재계에서도 "이렇게 기업을 뒤지면 어떻게 기업을 해먹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수사에 비판적인 여론이 부담스럽다"는 말이 나왔다.

결국 한화 수사에서도 이 같은 재계와 청와대의 불만이 법무부에 전달됐고 '홍씨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하지 말고 불구속 수사하라'는 내용의 수사 지휘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검찰 관계자들은 말한다.

남 전 지검장은 서울서부지검장 시절이던 작년 말 검찰 내부 통신망에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보다 살아 있는 재벌에 대한 수사가 더 어렵다'고 썼다. 그의 말은 자신에게 쏟아진 검찰 안팎의 압박이 간단치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이해됐다. 그가 이 글을 쓴 때는 한화 수사에 대한 외부 비판이 거세질 무렵이었다.